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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다가오는 선생님이라는 호칭

admin 2014-06-18
 
 
 
새롭게 다가오는 선생님이라는 호칭
 
 
 
김희열 선생님

과 대상에 따라 나는 가디언으로 때로는 선생님이란 호칭으로 다르게 불린다. 가디언이란, 사전적 의미로는 보호자 또는 법적 후견인을 뜻하며, 선생의 사전적 의미는 남을 가르치는 사람 즉 교사를 뜻한다. 지금도 그렇지만 4년 전 처음 선생님이란 호칭으로 불렸을 때 선생님이라는 호칭이 사회통념 상 일정한 위치나 존경 받을 만한 분들에게 쓰인다는 생각에 적지 않게 부담스러웠다. 그리고 가디언이라 불렸을 때는 가디언의 사전적 의미만 생각해서 그런지 왠지 모를 씁쓸함을 느꼈다.
 
입사 후 얼마 되지 않았을 때의 일이다. 지인이 되신 목사님께서 ‘형제님께서는 직장에서 어떤 일을 하시냐’고 물으신 적이 있다. 성격상 그렇기도 하지만, 그때 당시 별로 깨친 것이 없어 내 자신을 적절히 잘 포장해서 대답하지 못하고, 그냥 ‘학생들 방학이나 외출에 맞춰 차량과 숙박을 섭외하거나, 학원수업 배정을 한다’는 정도만 말씀 드렸다. 목사님께서는 내 이야기를 들으시고 잠깐의 망설임도 없이 “김 형제님은 아주 훌륭한 일을 하고 계시는군요.”라고 말씀하셨다. 순간 ‘무엇이 훌륭한 일인가?’ 그저 ‘목사님께서 듣기 좋으라고 말씀하신 것이겠지’하고 웃어넘겼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졸업하는 학생과 성장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니 내가 하고 있는 일이 결코, 소위 말해 아이들 뒤치닥거리만 하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고, 나름대로 직업적 자긍심과 부모님을 대신해 유학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도록 인도해야 한다는 소명의식마저 갖게 되었다. 내 열정에 따라 학생들의 학업 의지와 성적이 변화되고, 내 언행으로 학생들이 상처받는 모습을 보니 결코 설렁설렁해서 될 일이 아닌 걸 깨달았다.
 
허물없이 가깝게 지내는 가디언 선생님과 학생 사이에는 계약 관계 그 이상의 무언가가 싹트게 된다. 학생들이 진정 원하는 것, 학교에서는 해줄 수 없는 많은 것들을 부모님을 대신해 가디언 선생님이 맡아 해결해주고 있다. 그리고 가디언 선생님은 학생들이 올바른 인격을 가지고 건강히 성장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어 학생들에게 부모 대신 의지하며 지낼 수 있는 든든한 현지 가족이 된다. 때론 부모님을 대신해 학생들이 피나는 노력을 하도록 옆에서 격려를, 그리고 때론 엄한 훈계도 마다 않고 하며, 때론 같이 놀며 시간을 함께 보내거나, 사춘기 학생의 고민을 들어주는 친한 형이나 오빠, 언니가 되어주고 있다.
 
입학 첫 해에 언어 장벽과 외로운 기숙사 생활에 힘겨워하며 불안, 우울 등 심리적인 장애를 겪은 학생이 있었다. 담당 가디언 선생님은 학교 교사에게만 의존할 수도 없다는 생각에 심리학 관련 서적을 탐독하고 전문가적인 지식을 쌓아가며 학생을 관리했고, 드디어 얼마 후 그 학생은 그런 담당 가디언 선생님의 관심과 정성으로 심리적인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 또 다른 동료 선생님은 학생의 성격과 성향을 알아보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학생의 말과 행동을 관찰하는 것이라며, 관련 전문서적까지 참고하며 학생의 성향을 분석해 좋은 결실을 맺기도 했다.
 
선생님과 가디언, 두 단어의 사전적 의미는 다르나 위 사례에서 접했듯이, 적어도 유학생들에겐 인생의 선배로서 학생들에게 조언과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는 점에서 가디언과 선생님은 같은 존재로서 비춰진다고 본다. 지금 내게 맡겨진 아이들 그리고 그 아이들의 부모님들이 비록 사상과 지식을 가르치지는 않지만 나를 선생님으로 호칭하고 있다. 4년이 흘렀지만 선생님으로 불리는 게 아직까지 편하지는 않다. 하지만 떳떳하게 선생님 소리를 들을만한 모습을 좀더 보여 주어야 한다는 소명의식이 있기에 이제는 선생님이란 호칭에 대해서 누구보다도 자유로울 수 있다.  

영국 명품교육 이야기 - [선.생.님. 수.기.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