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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L 축구캠프 후기

관리자 2017-04-05
                                                  영국 해외 인턴이 맨유 축구캠프를 회상하며


글을 쓰고 있는 필자는 현재 영국 런던에서 스포츠 관련 인턴십을 진행 중이다. 스포츠 산업에 이바지하겠다는 원대한 다짐을 실천해 나가기 위해 여정의 첫 관문으로 영국을 택했다. 영국행이 초행길은 아니다. 지금으로부터 딱 10년 전, 필자가 고등학생이었던 2006년에 이미 영국을 다녀온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1회 맨유 축구&영어 캠프에 참가하면서였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말이 있다. 10여 년 전, 그저 책상 앞에서 공부하는 게 일상이자 팍팍한 입시 경쟁 속 유일한 낙이 축구뿐이었던 그 고등학생이 영국에서 경험한 2주 간의 캠프, 일주일의 유럽 투어 경험은 신선한 자극제였다. 현재 인턴십을 수행하는 가장 큰 동기부여가 됐듯이 말이다. 우물 안에 있던 개구리가 세상을 처음 눈을 떴다고나 할까. 스포츠가 일상이자 축구가 문화였던 영국이란 나라에서, 그것도 세계 최고의 클럽이라고 손꼽히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타이틀 아래 즐길 수 있었던 캠프는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한 기억으로 선명하게 남아 있다.

 

 


당시의 축구 캠프가 더 특별했던 건 아시아 최고의 축구 선수 박지성이 맨유에서 활약했기 때문이었다. 지금의 손흥민 선수가 토트넘 핫스퍼에서 위용을 떨치고 있듯이 말이다. 전 세계 다양한 국적의 피부색이 다른, 각기 다른 생김새의 수많은 학생들이 2주 간 동거동락했다. 맨유 유소년 코치들의 지도 하에 축구를 배웠고 시합을 통해 경쟁했지만, 그 안에서도 자부심과 우월함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은 박지성선수가 맨유의 주축으로 활약하고 있다는 것 때문 아니었을까.


클리프턴 칼리지(Clifton College)의 푸른 잔디 위에서 11 11 축구를 하고, 매주 금요일 Skill Test를 통해 우수자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싸인 유니폼을 시상 받기도 했다. 매일 오전 영국 느낌이 물씬 나는 칼리지 교실에 동그랗게 모여 앉아 원어민 선생님과 영어 수업을 했었고 체육관 수영장에서 서툴던 수영으로 레크레이션 활동을 즐기기도 했다. 다같이 스크린 앞에 모여 앉아 맨유의 친선 컵대회 경기를 관전했던 기억은 지금도 절로 미소를 짓게 만든다. 축구캠프는 내 학창시절 중 가장 큰 자랑거리로 당당하게 얘기할 수 있을만한 특별한 기억을 선사해 주었다.


 

 


유럽 투어 역시 그때까지 느껴보지 못했던 오감을 자극했다.생애 첫 유럽을 여행하며 영국과 프랑스를 잇는 유로 스타를 통해 도버 해협을 건넜고, 벨기에 오줌싸개 동상 앞에서 우스꽝스런 사진을 찍기도 했다. 독일 하이델베르크에선 도시의 근사한 야경을 감상했고, 스위스의 알프스 봉우리 필라투스 정상에서 먹었던 신라면은 그 어느 때보다 맛있었다. 사실 지방에서만 지내오던 필자는 그때 당시까지 서울에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었다. 더 넓은 세상에 대한 동경을 품게 된 건 자연스런 결과였고, 지금의 영국 인턴십을 이끌어 준 가장 큰 촉매제가 아니었나 싶다.


유독 내 기억 속에 가장 큰 인상으로 남는 건 바로 스타디움 방문이었다. 박지성 선수가 활약하던 맨유의 올드 트래포드(Old Trafford) 2016 독일 월드컵 때 한국이 토고를 상대로 역전승을 일궈냈던 프랑크푸르트의 코메르츠방크 아레나(Commerzbank-Arena)를 직접 방문했었다. TV를 통해서만 봐왔던 현장들이 실제 내 눈 앞에 펼쳐졌던 것이 고등학교 1학년 학생에겐 벅찬 감동이었다. 특히나 스타디움 투어를 진행해 준 가이드의 목에 걸려 있던 명찰이 그렇게 멋있어 보일 수가 없었다. ‘나도 저런 명찰을 차고, 스타디움에 자유롭게 드나들고 싶다.’는 꿈은 그 때 처음 생겼던 것이다. 소박하지만 진지했다. 캠프 이후 구체적으로 체대 진학을 계획했고 3년 간의 노력은 연세대 체육교육학과 진학으로 결실을 맺었다. 4년의 전공 과정은 스포츠 산업 종사자의 꿈을 키워주었고, 확고한 목표로 정진한 결과 현재 영국의 스포츠 매니지먼트 회사에서 인턴십을 체험하고 있다. ‘맨유 축구캠프는 그렇게 나의 미래를 설계해 주고 있었다.


캠프를 다녀온 지 10년이 지난 지금, 나의 위치와 목표, 그리고 행복지수는 완벽하게 변화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하듯이. 물론 캠프가 내 미래에 대한 정확한 답을 제시해줬던 것은 아니다. 다만 축구를 좋아하던 그 어린 학생이 지금 영국으로 인턴십을 오기까지, 항상 힘을 주었고 에너지를 재충전할 수 있게 했다. 지금껏 가장 재미있게 축구를 배우고 즐겼었던 캠프에서의 경험과, 영어가 미숙해 항상 귀를 쫑긋 세워 원어민 선생님의 질문에 대답했던 긴장감, 그리고 유럽 여행 중 밤마다 캠프 동기들과 수다를 떨었던 기억들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당시의 축구캠프는 내 미래를 위한 역할이 더 남아있을지도 모르겠다. 적어도 난 그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다.